분명히 면담 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인원감축이 필요하다고 했고, 직원도 '알겠다'며 짐을 꾸렸죠. 그런데 며칠 뒤 노동위원회에서 날아온 통지서에는 '회사가 강압적으로 나가라고 했다'는 전혀 다른 주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인사 실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80%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오류'에서 시작됩니다.
담당자는 권유(권고사직)라고 생각하며 꺼낸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됩니다"라는 한마디가, 법정에서는 방어할 수 없는 일방적 해고 통보의 결정적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직서를 받았다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최근 판례들은 면담 과정에서의 아주 작은 압박이나 단어 선택 하나로도 사직서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사담당자가 현장에서 흔히 범하는 실무적 오류를 짚어보고, 법적 분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단계별 대응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권고사직"과 "해고"의 차이점
| 구분 | 권고사직 (합의 해지) | 해고 (일방적 근로관계 종료) |
| 법적 성격 | 합의 해지 (법률 용어 아님) |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 |
| 종료 주체 | 사용자 권유 → 근로자 수용 → 의사 합치 |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 |
| 법적 근거 | 근로기준법상 별도 규정 없음 |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6조, 제27조 등) |
| 구분 실익 | 법적 절차 미요구 (의사 합치 시 종료) | 정당한 이유 및 까다로운 절차 요구 |
| 리스크 | 근로자의 '비자발적 사직' 주장 시 부당해고 리스크 발생 | 정당성 및 절차적 요건 미준수 시 부당해고 리스크 발생 |
2. 인사담당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인사담당자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1단계: 면담 전 준비 (당위성 확보)
| 문답 | YES / NO | 비고 (NO일 경우 리스크 높음) |
| 1. 권고사직 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되었는가? (예: 근무평가, 성과 부진 기록, 징계 기록 등) | 단순 역량 부족 주장은 수용성이 낮음. | |
| 2. 면담이 경영 상황 악화 등 거스를 수 없는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 | 근로자 개인 귀책사유 입증이 어려울수록 설득력 있는 배경이 중요. | |
| 3. 평상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이 구축되어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는가? | 데이터가 없으면 '주관적 평가에 의한 해고 종용'으로 보일 수 있음. |
2단계: 면담 과정 (언행 및 행동 주의)
| 문답 | YES / NO | 비고 (NO일 경우 해고 위험) |
| 1.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해고한다" 등 단정적인 어휘나 명령조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 이는 명시적인 해고 통보로 간주됩니다. | |
| 2. 본인의 선택이며, 일방적인 해고 통보 자리가 아님을 충분히 안내했는가? | '사직 권유'와 '해고 통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 |
| 3. 면담 직후 또는 도중에 근로자의 업무 수행을 막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예: 출입증 회수, 책상 비우기, 비품 반납 강제 등) | 이러한 행동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
| 4. 사직 종용이 근로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할 정도가 아니었는가? | 욕설, 폭언, 장시간 고립 등은 해고로 판단될 핵심 증거가 됩니다. |
3단계: 면담 이후 처리 (완벽한 합의서 확보)
| 문답 | YES / NO | 비고 (NO일 경우 합의 철회 위험) |
| 1. 근로자로부터 자발적인 의사로 작성된 사직서를 징구했는가? | 사직서가 가장 확실한 합의 해지의 증거입니다. | |
| 2. 사직서를 받은 후, '귀하의 사직서가 수리되었다'는 내용을 서면/문자/이메일 등으로 근로자에게 통지했는가? | 통지가 도달하기 전에는 근로자가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
| 3. 근로자가 사직을 수용하지 않았는데도 4대 보험 상실 신고나 퇴직금/급여 즉시 정산 등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 이는 회사의 일방적인 근로관계 단절 의사로 해석되어 해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3. 법원 판례
사례 1: 사직서 제출에도 '해고'로 인정된 경우
| 상황 | 회사의 주장 | 법원의 판단 (결론) | 법원의 주요 판단 기준 |
| 대표가 근로자를 자택으로 호출해 욕설과 함께 5시간 동안 사직서 작성을 종용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귀가 허용. |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므로 합의 해지이다. | 해고 | 사직 종용의 강도와 방법이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사직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강요 상태였다고 봄. |
| 근로자가 업무일지에 '오늘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기재했으나, 사용자가 이를 보고도 묵인하고 이후 출근 명령을 내리지 않음. |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사직에 동의했다. | 해고 | 해고 권한자가 사직을 제안한 후, 근로자의 '해고 인식'에 대해 묵인한 것은 묵시적인 해고 의사표시로 간주. |
사례 2: '해고'가 부정된 경우 (자발적 근로관계 종료)
| 상황 | 근로자의 주장 | 법원의 판단 (결론) | 법원의 주요 판단 기준 |
| 근로자가 먼저 월급 인상 요청을 거절당하자 "그런 식이면 여기서 더 일 못하겠다"고 발언. 이후 근로자가 급여를 스스로 정산하고 출근하지 않음. | 사용자가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고 말했으니 해고이다. | 자발적 퇴사 | 근로자가 먼저 근로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스스로 정산 및 미출근 등 자발적인 근로관계 종료 의사를 행동으로 명확히 보여줬다고 판단. |
4. 관련 법률 (근로기준법)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 실체적 정당성 요건)
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며,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 절차적 정당성 - 예고 요건)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 사유 등의 서면 통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 (→ 절차적 정당성 - 서면 통지 요건)